반계 이양오의 문학세계
울산제일일보 2024.09.19 20:28
 웅촌면 석천리에 반계 이양오((磻溪 李養吾, 1737~1811)의 문학비가 있다. 석계서원 뒤편에 서 있는데, 2003년 9월에 세웠으니 21년이 지났다. 전면에 대표작인 <강촌만조가> 46구절 중 일부를, 뒷면에는 공의 약력과 업적 등을 담고 있다. 비문은 국민대 명예교수인 이상보가 지었고, 글씨는 계명대 김양동 교수가 썼다. 같은 시기에 이수봉 전 충북대 교수가 집필하고, ‘학성이씨 매헌공문회’가 발행한 <반계 이양오 문학연구>가 나온 바 있다.
공은 강좌시객(江左詩客)의 제1인자로 알려져 있다. 과거시험에 다섯 차례 도전했으나 거듭 낙방하자 강호에 머물며 학자이자 문학가로 살았다. 한편, 석계서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쳐서 문하에 죽오 이근오, 일성헌 이효대 등 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다. 그는 시문은 물론 가사와 시조에도 뛰어났으며, 평론서인 <제구운몽후>와 <사씨남정기후>를 썼다. 그 외 <파수집>, <배수집>, <시학지남> 등의 저서가 있는데, 대표작인 <강촌만조가> 일부를 읽어보자.
“차신(此身) 무용(無用)하야 세상이 버리시니/ 부귀를 하직하고 빈천을 낙을 삼아/ 일간모옥(一間茅屋)을 산수간(山水間)에 지어두고/ 십년 일관(一冠)을 쓰거나 못 쓰거나/ 삼순구식(三旬九食)을 먹거나 못 먹거나/ 시름이 없으시니 분별인들 있을쏘냐/ 만사를 다 잊으니 일신(一身)이 한가하다 … (중략) … 청운(靑雲)을 네 즐겨도 백운(白雲)이 내사 좋다/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죽장망혜(竹杖芒鞋)를 분(分)대로 짚고 신어/ 임자 없는 강산풍월 함께 즐기리라”
앞의 절구들은 자신의 생활 그대로이다. 10년 일관을 꿈꾸었으나 번번이 낙방한 그는 후학을 가르치며 강호에 묻혀 살리라는 다짐을 한 것이다. 태어난 곳이 회야강 하류 쪽인 신경리이고, 서원이 있는 곳이 강의 중류가 흐르는 석천리 앞이니 해 그늘에 낚싯대 메고 강가에 자주 나섰을 것이다. 모든 세속 다 잊고 오로지 자연에 몰입하다 보니 한없이 자족하는 심경에서 “삼산은 어드메요 무릉이 여기로다”로 표현하고 있다.
공이 쉰셋일 때 정재원이 울산부사로 부임해 왔다. 1789년 4월부터 1790년 11월까지 재임 기간 중에 손암 정약전(1758~1816)과 다산 정약용(1762~1836) 형제가 아버지를 찾아왔다. 이때 반계는 학고 이준민(1736~1799), 죽오 이근오(1760~1834) 등과 함께 초대되어 같이 어울렸다. 두 형제에게 학고와 반계는 부모뻘이고, 죽오는 비슷한 연배였다. 공은 이런 인연으로 정재원 부사의 재임 기간 19개월은 물론 그 후로도 종종 간찰을 주고받으며 교류했다.
반계는 시문학뿐만 아니라 비평도 즐겨 썼다. 다수의 시집후서와 다른 논평들이 공의 문집에 실려 있다. 서포 김만중(1637~1692)의 한글소설 대표작에 비평을 썼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하다. 그리고 반계 유고함에서 다른 한담류와 함께 <요로원야화기> 초본이 나왔는데 이것도 반계의 작품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감회>라는 이름으로 지은 스무 가지의 세평시(世評詩)이다. 이 시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실상을 지적하고 민초들의 불만을 토로했다.
‘거짓된 학문 배척(斥僞學), 문장 숭상 말폐(尙文末弊), 조세 이외의 징수에 대한 탄식(歎租外徵), 환곡에 따른 환향 폐단(還餉爲弊), 되와 말과 저울의 불일치(斗升權衡不一), 형법 해이, 뇌물 풍조 성행, 이농에 따른 등짐장수 금지, 과거시험 불공정, 문체의 고문 숭상, 향교와 서원의 말폐, 좌병영의 지세로 인한 폐단 등이다. 실제로 과거장에서는 대리시험, 시험지 바꿔치기, 성명 바꿔 쓰기 등이 공공연하게 자행된 것이 사실이었다.
다산도 강진에 귀양 가서 <하일대주, 夏日對酒>라는 세평시를 썼다. 당시의 전정과 군정, 환곡, 과거제도, 신분제도 등을 고발한 1천60자의 시(詩)이다. 반계와 다산은 백성이 도탄에 빠진 것은 신분, 세금, 붕당, 적서차별 등이라고 지적하면서 ‘광제일세’(匡濟一世, 제도를 혁파하여 세상을 바로잡다)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반계 이양오는 유교 경전에 갇혀있지 않고, 소설평론이나 서평시까지 다루었던 문학가이자 현인 반열의 지식인이었다.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 |
학성이씨는 
전체보기
선조의발자취
articleView.html?idxno=3545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