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오일기’는 갑자년(1804, 순조4)부터 신묘년(1832, 순조32)까지 총 28년 사이의 1804~1805년, 1808~1812년, 1831~1832년 일기가 남아있다. 울산박물관은 지난해 총 9책을 울산관련 중요유물로 구입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 울산박물관은 2020년 학술총서 제11집으로 ‘죽오 이근오일기’ 9책을 국역으로 선보였다.  
 

조선후기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학자로, 울산 첫 문과 급제자인 이근오(1760~1834)가 쓴 ‘죽오일기’가 번역됐다.
울산박물관은 2020년 학술총서 제11집으로 ‘죽오 이근오일기’ 9책을 국역으로 선보였다.
조선후기 문신 이근오는 학성이씨 충숙공 이예의 후손이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에서 태어나 울산지역에서 처음으로 문과에 급제했고 조선 후기 문신으로 활동하면서 병조정랑과 사헌부지평까지 지낸 인물이다.
‘죽오일기’는 갑자년(1804, 순조4)부터 신묘년(1832, 순조32)까지 총 28년 사이의 1804~1805년, 1808~1812년, 1831~1832년 일기가 남아있다.
울산박물관은 지난해 총 9책을 울산관련 중요유물로 구입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죽오일기’의 집필 동기 등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이근오의 후손 규환은 1905년 5월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인 이근오의 일기를 되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일기는 이후 후손가에 전수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기는 1804년 4월 1일 이근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나서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근오가 낙향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자세하진 않지만, 1804년 이후 다시는 서울을 내왕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통해 이즈음을 이근오의 ‘생의 전환기’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련학자들은 보고 있다.
‘죽오일기’는 2,7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근오의 삶과 가족애, 애민의식, 향촌사대로서의 위상을 비롯, 오언율시 등 문학적 성취가 오롯하게 녹아 있다.
특히 조선후기 울산과 그 주변에 관한 생생한 정보들이 수록돼 있어 주목을 끈다.
이근오의 일상을 중심으로 가정생활뿐 아니라 대곡천 유역 천전리에 백련서사를 건립한 도와 최남복을 비롯한 많은 지인들과의 만남과 이별, 여행, 백일장 참석 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기록돼 있다.
울산지역사의 첫 문과 급제라는 명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죽오일기’는 19세기 영남지역에서 활동한 선비의 생활을 여실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문 번역을 담당한 전재동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향후 그의 문집인 ‘죽오집’이 번역된다면, 이근오의 학문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며, 그의 학술사적 위상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죽오일기’의 가치에 대해 “이근오 문집과 선행연구 등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후기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지식인의 일상을 온전하게 구명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근오의 시작(詩作을 비롯한 문학 활동이 폭넓은 교유와 인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서 진행됐다는 사실은 그동안 소외됐던 경남 동부 지역 문인들 및 문헌자료에 대한 시급성을 확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향후 남은 과제로 이근오의 학문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죽오일기’를 통해 ‘죽오집’에 수록된 문학작품의 구체적인 창작 장소 및 배경 고증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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