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제사… 19세기 영남지방 선비의 생활상
백일장, 제사… 19세기 영남지방 선비의 생활상
  • 김보은
  • 승인 2021.01.11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박물관, ‘울산 최초 문과 급제자’ 죽오 이근오 일기 역주본 발간
울산박물관이 발간한 학술총서 제11집 ‘죽오 이근오 일기’ 역주본.
울산박물관이 발간한 학술총서 제11집 ‘죽오 이근오 일기’ 역주본.

 

“고양 숲(古陽藪)에 백일장을 설치하였다. 고관(?考官)은 우리 고을 사또 울산군수(蔚山郡守)·좌랑(佐郞) 남경희(南景羲)씨·감역(監役) 이수인(李樹仁)씨와 나였다. 많은 선비들이 모였다. 성벽 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구경하였고, 소나무 아래에선 음악이 연주되니, 참으로 성대한 행사였다(1804년 4월 30일자 일기 중에서)”

“계사(溪社)에서 향사(享祀)를 지냈다. 식후에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이 모두 모인 곳에 나가서 만나니, 돌아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했다. 화수계(花樹契)에서 모임을 열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으며, 다들 파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1808년 2월 21일자 일기 중에서)”

19세기 영남지방에서 활동했던 선비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울산박물관이 발간한 학술총서 제11집 ‘죽오 이근오 일기’ 역주본이다.

죽오(竹塢) 이근오(李覲吾·1760~183 4)는 학성 이씨 충숙공(忠肅公) 이예(李藝)의 후손으로 조선시대 울산 최초의 문과급제자다. 1760년(영조 36년) 울주군 웅촌면 석천리에서 태어나 1770년 남경희(南景羲·1748~1812)의 부친 남용만(南龍萬·1709~1784)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1789년(정조 13) 소과에 합격하고 그 이듬해인 1790년(정조 14) 가을 증광문과에 급제했다. 이후 승문원 부정자,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을 지냈고 1804년(순조 4) 병조정랑(兵曹正?)에 임명됐으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1819년에는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에 올랐다.

이근오 일기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1804년부터 1832년(순조 32)까지 28년 사이에 썼다. 그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건 1804년(갑자), 1805년(을축), 1808년(무진), 1809년(기사), 1810년(경오), 1811년(신미), 1812년(임신), 1831년(신묘), 1832년(임진) 등 9년치 일기다. 원본은 울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각 책의 형식과 체재는 인쇄된 시헌력(時憲曆·서양식 역법)의 날짜 위나 상하단의 본문을 묵서로 기입했고 언어는 초서체 한자다.

이번에 박물관이 펴낸 역주본에는 이같이 이근오가 28년간 쓴 일기의 한문 번역과 해제, 원문, 논고, 사진 등이 담겼다. 일기에는 이근오의 일상을 중심으로 가정생활, 후학을 위한 권학과 지도, 대곡천에 백련서사(白蓮書社)를 건립한 최남복(崔南復·1759~1814)을 비롯한 지인과의 만남, 이별, 여행, 백일장 참석 등의 크고 작은 일상들이 기록돼 있다.

한문 번역과 해제, 논고 작성은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와 전재동 교수가 맡았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울산 지역사 연구 심화와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죽오 이근오 일기’ 역주본은 울산 지역 도서관·박물관과 전국의 주요 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김보은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