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통신사 충숙공 이예 선생을 기념하는 대마도 원통사 공적비 앞에서 후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예 선생은 1445년(세종 27) 향년 73세의 일기로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왜구에게 잡혀간 수많은 인명을 구출하는 당대 보기 드문 인도주의자였다.

또 일본에 우리의 선진문화의 표상인 대장경의 사급과 일본의 앞선 자전 물레방아, 화폐 제도, 상가 제도의 우수성을 연구해 도입하려고 했다. 사탕수수의 재배, 조선기술의 도입, 민간인 광물채취 자유화 등 당시 조일간의 문화 교류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훌륭한 외교관이었다.

그가 펼친 외교활동은 임무수행 과정에서 비교해 볼 때, 교통이 발달된 오늘날의 외교활동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때로는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히는 위험도, 때로는 해적을 만나 싸워야 했던 모험도 스스로 몸소 극복해야 했던 실로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우리나라 근해에서 일어났던 왜구의 해적 행위와 조일간의 분규 때문에 일어났던 군사 충돌,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 교섭 등 국제 정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조선에 앞선 고려시대부터 일본과 한반도간에는 외교교섭이 있었다. '왜구(倭寇)'의 활동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화적 수단인 외교 교섭으로 왜구의 해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대마도 정벌이 감행됐다. 무력으로 왜구의 본거지 또는 중개지인 대마도를 정벌해 왜구를 막자는 의도였다.

1419년(세종 1) 이종무 장군이 인솔하는 정벌군이 대마도를 침공한 것을 두고 우리 역사 기록에는 기해동정(己亥東征)이라 하고, 일본은 이를 '오오에이노 가이코'라고 한다. 조선 조정에 신뢰가 두터웠던 대마도주 소오 사다시게가 1418년 4월에 별세한 뒤 조선 조정은 왜구재발을 염려하고 있던 차, 그 이듬해 5월 왜선 50여척이 두음(豆音)에 침입하고, 이어 왜선 38척이 해주의 연평을 습격했다.

이에 태종은 대마 출병을 결심하고 병선 227척에 병사 1만7천285명을 태워, 65일분의 군량을 싣고 6월19일 거제도에서 출항했다. 대마도 공격은 10여일간 계속되었다. 전과로서 왜선 대소 129척을 나포하고, 민가 1천939호를 불태웠으며, 104명의 왜병의 수급과 함께 수많은 왜군을 포로로 잡았다. 일본의 역사기록서인 '대주편년략(對州編年略)'에는 당시 일본인 사망자를 123명, 조선 측 희생자를 2천500여명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이는 신빙성이 희박하다. 조선군은 7월3일 거제도로 귀환했으며, 11월 일본 무로마치 막부는 수년 전에 있었던 여몽 연합선단의 대마도 내습과 더불어 이번 조선군의 대마공격의 진상 조사를 목적으로 조선에 사절을 보냈다. 이에 답례로 1420년(세종 2)에 소위 회례사라는 이름으로 송희경(宋希璟)을 일본으로 파견하게 된다.

회례사 송희경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이후 조일 관계는 수복되고, 다시 국교가 개시되었다. 대마도에 관해서는 1443년(세종 25, 카키츠(嘉吉) 3)에 '계해약조(癸亥約條)'가 양국 간에 체결돼 그 전후부터 무역과 통교의 규칙이 정비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과정에서 이예 선생은 1428년 박서생(朴瑞生) 정사와 함께 통신사 부사로 파견되면서부터 이 계해약조 체결의 주역을 맡게 되었던 것이다. 그 중요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도주 소오씨(島主宗氏)의 세견선(歲遣船)은 매년 50선(船)

－조선국왕으로부터의 세사미두(歲賜米豆)는 매년 200석

－조선으로의 도항선(渡航船)은 다이묘의 배(大名船)라도 대마도 도주가 발행하는 문인(文引·도항허가증)을 필요로 한다.

－대마도내의 호족에게도 도항선을 인정한다.

이와 같이 조선은 여러가지 특수 권익을 대마도에게 부여해 대마도를 조선의 대외정책의 협력자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상의 특권 부여 뿐 아니라 조선왕조의 관직을 부여했다. 그들을 조선 측에서는 수직인(受職人), 수도서인이라고 불렀다. 이 수직인, 수도서인의 특권은 머지않아 대마도 뿐 아니라 규슈 북부나 서일본의 여러 호족에게 급부됐으며, 이들 호족도 조선으로 교역선을 보내는 것이 인정됐다.

즉 대마도와 그 도주는 일본국에 소속돼 있으면서 한편 조선국왕에 대해서도 신종관계였다는 이중구조가 이 시기에 생겨났다. 이 이중구조는 근대국가의 성립시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조선 측으로서는 대마도를 특별 취급해 후대함으로써, 국가적 위신을 높일 뿐 아니라 대마도주가 해적행위를 단속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종의 '포섭정책' 또는 '길들이기' 정책이었다.

따라서 이예 선생의 외교업적은 반드시 재조명돼 할 것이며, 나아가 그의 타고난 재능, 학식, 효성,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과 민족애는 우리 겨레의 앞날에도 영원한 귀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2005.12.06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