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이예-그 불멸의 길’ 리뷰

효·위민 담은 탄탄한 구성·화려한 군무 감동

선명하지 못한 자막·거친 음향등은 개선 필요

▲ 조선시대 최초의 외교관이자 조선통신사였던 울산 출신의 충숙공 이예의 삶을 다룬 창작뮤지컬 ‘이예-그 불멸의 길’이 26~27일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조선시대 글로벌 협상의 대가 이예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이예-그 불멸의 길’(연출 박용하)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26~27일 관객과 만났다.

조선시대 최초의 외교관이자 조선통신사였던 울산 출신의 충숙공 이예의 삶을 다룬 이번 공연은 나라를 향한 충성심, 어머니를 그리는 효, 백성을 굽어살폈던 위민정신 등이 모두 담겨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초반부터 화려한 무대세트와 웅장한 뮤지컬 넘버로 관객을 압도했다. 이어 어린시절 왜구에 붙잡혀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스스로 왜구의 포로가 돼 대마도로 끌려가는 이예의 삶이 관객들 앞에 펼쳐졌다

지난해에 비해 극의 구성은 한층 탄탄해졌고, 화려한 군무로 다양한 볼거리를 연출했다.

다만 임금과 신하의 대화 장면은 극의 흐름상 장황한 대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장황한 대화 장면 뒤에는 반드시 화려한 군무가 이어져 관객의 시선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매끄러운 극의 전환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무대 가운데 위치한 판옥선은 때로는 웅장함을, 때로는 은은한 뒷 배경으로 자리를 지키는 등 무대 활용도가 뛰어났다.

그러나 무대 사이드에 자막을 띄웠는데 선명하지 못해 자막을 읽지 못한 관객도 있었고, 사이드 좌석에서는 자막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음향도 아쉬움을 남겼다. 배우가 대사를 하는 중에 상대 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배우의 음성보다 배경음악이 커 대사 전달이 원활하지 않기도 했다. 관객이 대화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극을 이해하는 데 방해요소가 될 것이 자명한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누명을 쓰고 고문 당한 뒤 낙향해 있던 이예가 다시 임금 앞에 나타나는 장면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계해약조는 이예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이 장면이 더 부각됐다면 극이 자연스럽게 클라이맥스로 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객을 일으켜 세운 건 ‘이예’가 가진 막강한 힘이었다. 병선이 국력이라고 주장했던 이예, 외교의 대가 이예의 주요 업적과 활약상을 130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과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출을 맡은 박용하 감독은 “역사적 인물을 창작뮤지컬로 형상화하는 일은 역사학자의 영역과는 다른 극적 요소가 필요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면서 “그럼에도 울산의 작품으로 독자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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