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길 주필

 

 

다리 이름, 교량의 연결선(線)따라 지어
태화강 번영교는 번영로와 연결해 명명
도로명 주소법 시행령과도 일치해

신설 ‘이예로’와 이어지는 ‘이예(대)교’
국도 7호선→속초→원산→모스크바까지
조선 최고 외교관 기리는 상징적 의미 커

 

울산시 남구 무거동과 중구 태화동을 거쳐서 국도 7호선으로 이어지는 ‘이예로’와 연결되는 다리 가칭 ‘이예(대)교’ 조감도.

 

 

 

세계에서 유명한 다리(Bridge)를 말하라면  영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비비안리와 로버트 테일러 주연의 영화 ‘애수’는 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브릿지에서 시작된다.

미국 시골 아이오아주의 ‘매디슨 카운티(Madison County) 다리’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동명 영화 때문에 유명해졌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의 아홉번째 다리 퐁네프(Pont Neuf) 역시 영화 ‘퐁네프의 연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퐁네프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이름이지만 어느새 세느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가 됐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다리는 브루클린(Brooklyn)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면 그 옛날 알프렛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Vertigo·1958)’에,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록(The Rock·1996)’에 등장하는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금문교)를 건널 수 있다.

울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경간 현수교인 1.15km의 울산대교가 2014년 완공됐다. 다리 중간에 기둥이 없는 세계 세번째 다리다. 경부고속도로와 KTX 울산역과 동구 지역을 연결, 지역 균형발전과 아산로, 염포로, 방어진 순환도로의 교통정체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다목적 다리다. 그러나 울산대교라는 다리 이름은 지나치게 평범하다. 울산을 상징하거나 울산항 등과 관련된 스토리를 입힌 다리 이름이 아니라 아쉽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과 중구 태화동을 거쳐 국도 7호선 이예로(李藝路)로 연결되는 다리 (가칭 ‘이예(대)교’)는 무거동과 태화동을 연결하고 멀리는 울산과 함흥, 남한과 북한을 연결한다. 더 멀리는 한반도에서 모스크바로 뻗어나가는 다리가 된다.

그런데 최근 지역의 일부에서  이예(대)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그 부당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다리 아래에 날아드는 새(떼까마귀교)나 국가정원에 착안해 다리이름을 붙이는 것은 근시안적이며, 문화사적으로도 도로명에 주소법이 지향하는 국가경쟁력 및 도시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리 이름은 교량이 걸린 지점이 아니라 교량이 연결하는 선(線)의 의미를 따라 명명해야 된다. 우리나라 다리이름은 길 이름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서울 한강의 경우만 해도 성산대교는 성산로와 서부간선도로, 양화대교는 양화로와 선유로, 서강대교는 서강로와 국회대로로 연결되는 등 대부분 다리이름과 길 이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울산 태화강의 다리들은 번영로를 잇는 번영교를 제외하면 모든 교량이 도로명과 달라 특이하다.

한강의 교량 이름이 거의 도로명과 일치함으로써 서울 시민의 생활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등 도시 경쟁력에 이바지 하고 있다.

도로명과 교량명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도로명 주소법 시행령에도 일치한다. 가칭 이예(대)교는 남구와 중구에 걸쳐 있어, 2개 이상의 구에 걸쳐있는 도로에 해당한다. 이예(대)교는 이예로의 일부로 태화강을 건너는 다리이니 이예(대)교가 적합하다.

이예(대)교로 연결되는 국도 7호선은 아시안 하이웨이 제6호(AH6)에 이른다. AH는 UN ESCAP에 추진하는 55개 노선(총 14만km)의 국제도로망 구축사업이다. 우리나라에는 AH6(부산-울산-속초-원산-함흥-모스크바)와 AH1의 두 노선 뿐이며 울산을 지나는 AH는 AH6(국도 7호선) 뿐이다.

AH6=국도 7호선-이예로에서 29.5km는 이예로인데 교량 0.5km만 떼까마귀교·태화강 국가정원교라면 불합리하다. 다리 이름은 교량이 걸린 지점이 아니라 교량과 연결되는 선(線)의 의미를 따라 명명해야 된다.

‘조선 최고의 외교관’ 충숙공 이예(李藝·1373~1445) 선생을 기리는 가칭 ‘이예(대)교’는 적절한 다리 이름이며 지명위원회의 결정을 흔들지 말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예 선생은 태종·세종때(1401~1443) 조선 사신중 유일하게 40차례 넘게 일본을 드나들었다. 1396년 울산에 왜적이 쳐들어와 울산군수를 사로잡아갔다. 그때 울산관아의 중인(中人) 계급 아전이었던 이예 선생이 해적선에 숨어들어 “군수를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해 구출했다. 조정은 이예의 충성심을 높이 사 벼슬을 주고 사대부 양반으로 신분을 높여줬다. 그는 종 2품 동지중추원사까지 승진했으며 울산 학성(鶴城) 이씨의 시조가 됐다.

<왕조실록>에 따르면 그는 40여년간 일본에 붙잡혀간 667명의 포로를 협상을 통해 구출했다. 8세 때 어머니를 왜구에게 납치당한 적이 있는 그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가 71세 때 생애 마지막으로 수행한 임무도 대마도 포로 교환 협상이었다. 세종이 그의 건강을 걱정했으나 자청해 포로 7명을 데려왔다. 뒤늦게 명명된 ‘이예로’와 그 도로를 잇는 ‘이예(대)교’는 조선 최고 외교관을 기리는 상징적 의미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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