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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등 교과서에서 만나야 할 이예
조선 전기 대일관계의 핵심 주역 불구
중등학교 교과서 단 한 줄도 언급 안돼
외교를 빛낸 인물에 걸맞은 대우 필요
 울산 출신으로 조선 최고의 대일 외교관이었던 충숙공(忠肅公) 이예(李藝, 1373~1445) 선생의 동상이 최근 국립외교원 뜰에 세워졌다. 한국 외교의 요람에 건립된 이예 선생의 동상 제막은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역사에서 북방외교에 고려의 서희(徐熙, 942~998)가 있다면, 남방외교에는 조선의 이예가 있다. 그의 공적을 기려 울산 달동문화공원에는 선생의 동상이 있고 대마도 원통사에도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국립외교원에 충숙공의 동상을 세운 것은 평화공존과 선린우호라는 우리 외교의 틀을 더 튼튼하게 다지고, 선생의 위업을 외교의 사표로 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부경대학교 사학과 이근우 교수는 제막식 강연을 통해 “이예 선생은 중등 교과서에서 만나야 할 외교관”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충숙공의 공로를 크게 계해약조(癸亥約條), 기해동정(己亥東征) 두 가지로 요약하면서 진정한 주역으로 평가했다. 계해약조는 왜구들에 쌀과 콩을 지급하고 교역할 수 있도록 해 노략질을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기해동정은 왜구 소굴을 정벌해 조선의 군사력과 무력진압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한 가지는 대화를 통해, 다른 한 가지는 무력을 통한 것이었다.
계해약조는 이후 조선 후기까지 기본적인 골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충숙공은 왜구에 붙잡혀간 조선인 포로들을 유구국(琉球國 : 현 오키나와)까지 찾아가 송환하기도 했다. 유구국을 조선 관인이 찾아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또 40여 차례 대마도와 일본을 왕래하면서 대마도 일기도를 비롯한 일본열도와 유구국의 지리 정보를 축적했다. 이 정보는 왜구의 약탈행위를 근절하는 직접적인 단서로 작용했다.
조선 전기 일본열도의 지리적인 정보를 집약한 <해동제국기>(1471년, 성종 2년)가 있다. 여기에 충숙공이 만든 대마도 지도가 들어있고 일본 학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충숙공이 이렇듯 조선 전기 대일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중등학교 교과서에서 단 한 줄도 그 공적을 찾을 수 없다. ‘해동제국기’라는 표현은 있지만, 편찬 총괄자에 불과했던 신숙주(申叔舟, 1417~1475)만 언급하고 있다. 실제 대마도 정보를 평생 축적하고 그 정보를 기해동정때 활용해 기대했던 목적을 달성토록 한 충숙공의 역할은 소개하지 않았다. 신숙주는 단 한 차례 일본을 다녀왔고 특히 대마도는 왕래하면서 지나친 곳이어서 제대로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렇다.
충숙공은 무엇보다 계해약조 체결의 주역이다. 비록 조약 체결은 형식적으로 통신사 정사였던 변효문과 대마도주 사이에 이뤄졌지만 구체적 내용을 변효문이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신숙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계해약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약 체결 당시 대마도에 머물고 있었던 충숙공이 만들어냈다. 이근우 교수는 이에 대해 “왜구의 금압, 피로인의 송환 , 대마도와 교섭, 계해약조 체결, 삼포 개방 등 여러 면에서 충숙공의 공적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충숙공 외교활동의 최대 성과는 대마도를 자세히 그린 지도도 들 수 있다. 교과서에 반영해야 할 내용은 외교상의 공적만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남아있는 귀중한 지도도 있다. 대마도의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고, 심지어 당시의 일본인의 심성까지도 꿰뚫어 보는 충숙공과 같은 외교관이 있었기 때문에 대마도주는 계해약조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등학교 교과서에 충숙공의 대마도 지도를 넣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교부의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된 인물이 서희(2009년), 이예(2010년)와 조선 후기 청나라와 국경획정 협상을 맡았던 이중하(李重夏,1846~1917)를 합쳐 3명뿐이었다는 점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bigbell@ksilbo.co.kr
박철종 문화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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