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이씨 곡강파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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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울산제일
ㆍ작성일	2009-11-08 (일)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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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https://goo.gl/8KVw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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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묵은 학성이씨의 한(恨)

고 이후락씨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극적인 인상은 목숨을 걸고 특명을 수행했던 행적이다. 1972년 자살용 캡슐을 지닌채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간 사건은 스파이 영화처럼 긴장감 있다.HR로 불린 고인은 울산의 학성 이씨 후예다. 학성 이씨의 선조는 이예선생이다. 이예선생 역시 죽음을 무릅 쓴 외교 활동을 한 분이다. 그 결과 두 이씨는 각각 자기 시대에 두각을 나타낸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600여년의 시차가 있으나 두 이씨의 삶은 풍운아적이었다는 점이 같다.

그런 학성 이씨 문중에는 지난 600여년간 해결 못한 한(恨)이 있다. 그것은 왜구에 끌려간 이예선생의 어머니 행적을 찾지 못한 뼈아픈 숙제다. 이예선생은 8살 때 자신의 어머니가 울산을 노략질한 왜구에게 끌려가는 참상을 겪었다. 그로부터 이예선생은 71세까지 40여차례 일본을 오고갔다. 이예선생은 젊은 아전 시절에 왜구에게 끌려가는 울산군수를 뒤아 왜선에 몰래 잠입해 대마도로 간 적도 있었다. 죽음을 무릅쓴 감행이었다. 그 뒤부터 이예선생이 평생을 현해탄을 넘나든 것은 외교 외에 어머니를 찾겠다는 집념이 있었다고 볼수 있다. 실제 이예선생은 일본을 방문해 여러 섬을 찾아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예선생의 아들중 한 명도 일본 사절로 갔다가 풍랑에 실종되기도 했다. 누대의 한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예선생은 인물을 잘 발탁한 세종임금때 종2품, 지금으로 치면 외교장관까지 오른 인물이다. 울주군 웅촌면 석계리 석계서원은 이예선생을 배향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학성 이씨들의 대들보들이 살았던 ‘이씨고가’가 있고 HR의 별장도 있다. 이씨고가는 HR이 태어난 집이기도 하다. 그러니 HR이 선조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면 혈통은 못 속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HR도 대통령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주일대사를 역임했다. 이씨 문중의 내력을 알았다면 HR이 주일대사로 파견간 것에 매우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상실한 모계의 흔적을 찾아나선 상징으로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 HR이 대사로 간 시기는 마침 한일합방 이후 발생한 대일청구권을 청산하는 중이었다. 당시 한일 언론이 이 사실에 주목했더라면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HR 스스로도 주일대사를 맡을 때 선조의 위업과 한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HR이 일본에서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구체적 내용은 파악되지 않는다. 여러 비화들이 있겠지만 HR은 대체로 함구했다. 그래선지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쓰시를 항공편으로 보내 점심때 먹을수 있도록 했다느니하는 흥미위주의 얘기만 알려져 있다. 그래도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예선생은 44세때인 1416년 태종임금에게 나아가 일본 유구국(琉球國)에 납치돼 있는 백성을 데려오겠다고 하자 황희정승이 말린다. 황희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니 포기하자고 임금에게 요청한다. 유구국은 지금의 오키나와다. 왜구들에 납치된 조선인들이 거기 억류돼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선박과 항해술로는 어렵다는 것이 황정승의 현실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태종은 황희에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귀천이 다름없다. 가령 귀척(황희)의 집에서 이같이 포로된 자 있다면 번거럽고 비용드는 것을 따지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런 논의를 거친 뒤 포로와 바꿔올 물자를 싣고 이예선생이 파견돼 조선인 포로 44명을 데려왔다. 이런 얘기들은 조선왕조실록에 꼼꼼히 적혀있다.

HR은 중앙정보부장으로 있던 48세때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박정희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한다. 깨물면 즉사하는 캡슐을 지닌 채 들어갔다고 했다. HR을 가까이 한 사람들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이 낮 시간에 만나주지 않다가 갑자기 밤중에 불렀을때 실제 이 캡슐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HR은 밀명을 수행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이 상황까지 이예선생 행적과 비슷하다.

이예선생은 조선시대 최고의 대일 외교관이었다. 무려 41번이나 일본을 드나들며 외교활동을 했다. 주로 왜구에게 끌려간 백성을 되찾아 오는 임무였다. 태종부터 세종 임금까지 그가 구해온 백성 수는 660여명에 이른다. 한번 일본땅을 밟고 오는데 1년이 걸리는 길을 41번이나 한 것은 영웅적이다. 이예선생이 그런 험난한 여정을 기꺼이 청한 까닭의 하나는 ‘왜구에 끌려간 어머니의 환영’이라고 볼수 있다.

그런 까닭인지 학성 이씨들은 반일감정이 컸다. HR의 숙부들은 남창장만세사건을 주도했다. HR 역시 일제말기 영어를 배워 미국 중앙정보국팀 요원 역할을 모색했다. 웅촌에는 육석정(六石亭)이란 이름의 HR별장이 있다. 숙부 백부가 6명이 있었고 이름자에 모두 석(石)자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HR이 그들을 존경한 표시일 것이다.

HR은 현대사의 영욕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영면했다. 어릴적 그가 뛰어 놀았던 회야강변 석계정사 마당 가운데는 직경 30cm 높이 5m되는 보기 드물게 잘 생긴 무궁화가 한 그루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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