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고증으로 본 충숙공 이예의 諡號

고려대학교 교수 이명훈

1. 이예의 시호

이예는 1910년(융희4) 7월 30일에 조정으로부터 諡號를 받았다. 종2품 이상의 실직(實職)을 지낸 문･무관이나 종친은 사망 후에 시호를 받을 수 있었다. 諡號는 영예로운 표창으로 인식되었으며 죽은 이 뿐 아니라 그 자손 일족의 명예로 간주되어 존중받았다. 시호를 받으려면 먼저 사망자의 자손이나 지방수령이나 유림 등 관계자들이 죽은 이의 공적 등을 적은 시장(諡狀)을 예조에 제출해야 한다. 예조는 이를 홍문관에 보내어 諡號를 정하게 되며 마침내 임금의 교지(敎旨)를 통해 諡號가 부여된다. 敎旨는 조선시대에 정4품 이상의 신하에게 벼슬을 내리는 사령장(辭令狀)이었으며, 諡號도 敎旨를 통해 내려졌던 것이다. 1897-1910년간 존속하였던 대한제국 당시에는 敎旨라는 말이 없어지고 칙령(勅令)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이에 따라 이예의 諡號를 내리는 조정의 문서도 勅令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예가 시호를 받은 칙명에는 이예의 벼슬이 자헌대부(資憲大夫)(階)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職 및 司)로 되어 있다. 階는 자헌대부(資憲大夫), 司는 중추부(中樞府), 職은 지사(知事)였다. 品은 정2품에 해당하나 칙명에서는 생략되었다. 그리고 知事(職)의 두 글자를 벌려 놓고 그 사이에 中樞府(司)를 넣어 知中樞府事(職 및 司)로 표현한 것이다. 칙명에는 세자좌빈객(世子左賓客)이라는 또 하나의 벼슬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世子侍講院이라는 司에 속하는 정2품의 職이었다. 世子侍講院은 문반에 속하는 司로서 世子에 대한 侍講(공부시킴)을 주관하였으며, 師(영의정이 겸임), 傅(좌･우의정이 겸임), 貳師, 左賓客, 右賓客, 左副賓客, 右副賓客 등의 관직을 두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이예의 졸기(卒記)에는 이예의 마지막 벼슬이 종2품에 해당하는 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로 기록되어 있을 뿐, 자헌대부, 지중추부사, 세자좌빈객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시호를 내릴 당시에 종2품에서 정2품으로 품계를 높여 추증(追贈)한 것으로 보인다. 지사(知事)는 정2품, 동지사(同知事)는 종2품에 해당하는 職이다. 중추원은 중추부와 동일한 司이며, 세종 당시에는 중추원이라 부르다가 세조12년부터 중추부로 부르게 되었다.

이예가 시호를 받았다는 사실은 다음의 두 문서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두 문서에 대해 각각 살펴보기로 하자.

(1) 저자 미상의『東國諡號』(한국정신문화연구원 所藏)

(2) 매천(梅泉) 황현(黃玹)이 지은『매천야록(梅泉野錄)』(국사편찬위원회 所藏)

2. 『동국시호(東國諡號)』

저자미상의『동국시호』는 1910년에 시호를 받았던 110명의 왕실종친과 문무신하들에게 내린 시호를 하나하나 정리하여 수록한 책이며, 1910년에 발간되었다.¹⁾ 『동국시호』에 의하면, 이예는 110명의 수시인(受諡人) 중의 한 명이며, 그 관련 기사는 다음과 같다:

故知中樞府事李藝諡號望 隆熙二年十月二十一日議諡卿趙同熙典製官尹喜求進參 忠肅 慮國忘家曰忠執心決斷曰肅 　 落點 憲敏 行善可紀曰憲應事有功曰敏 毅肅 剛而能斷曰毅執心決斷曰肅

위 기사의 첫머리를 국역하면, “죽은 지중추부사 이예의 시호망이니 융희2년 10월 21일에 의시경(議諡卿) 조동희 및 전제관(典製官) 윤희구가 이에 참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호를 받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諡狀을 지어 예조에 올리면, 예조에서 검토하여 이를 奉常寺로 보낸다. 봉상시(奉常寺)에서는 수시인(受諡人)의 행적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시호를 복수로 가려낸다. 이를 집시(集諡)라고 한다. 이를 다시 예조(禮曹)에 신보(申報)하면 예조는 이를 의정부(議政府)에 전보(傳報)한다. 의정부에서는 그 중에서 가장 합당한 시호망(諡號望), 즉 수망(首望), 부망(副望), 말망(末望)을 가려낸다. 이를 의시(議諡)라고 한다. 시호망 셋 중에서 하나를 왕이 낙점(落點)하는 절차가 끝나면 예관(禮官)이 파견되어 시호를 하사하는 선시(宣諡)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위 기사에는 수망(首望)인 忠肅, 부망(副望)인 憲敏, 말망(末望)인 毅肅의 3望을 조정에 올려, 임금이 수망(首望)인 忠肅을 이예의 시호로 낙점(落點)하였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 또 의시(議諡)의 책임은 趙同熙가 맡았으며 典製官은 尹喜求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시호 문자의 뜻풀이에 해당하는 시주(諡註)는「慮國忘家」의 忠 및「執心決斷」의 肅이었다. 1908년(융희2) 10월 21일에 의시(議諡)를 마쳤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선시(宣諡)가 이루어진 1910년(융희4) 7월 30일까지는 약 1년 9개월이 걸린 셈이다.

서명	東國諡號
한글서명	동국시호
대표서명	表題(표지제목)에 의함
표지제한글(한자)	동국시호(東國諡號)
편저자한글(한자)	미상(編者未詳)
간행년(서기력)	1910-*
간행년(왕력)	隆熙 4(1910) 後寫
간행처	미상
언어	한문
판사항	寫本
종이재질	紙質 : 楮紙
형태서지	a 장정,분량 : 線裝, 1冊(42張, 餘紙 15張);  b 삽도,판식 : 四周雙邊, 半郭 25.5 × 18.2cm, 烏絲欄,                半葉 7行字數不定, 註雙行, 無魚尾  c 크기(세로x가로) : 34 × 24.4cm
내용주기	文中 : 花原君李揀諡號望隆熙四年(1910) 八月二十五曰議諡
인기	印: 藏書閣印
청구기호	K2-1737
등록번호	41013804
소장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MF NO	MF35-1956
주제분류	史部, 傳記, 系譜

『동국시호』의 서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3. 『매천야록(梅泉野錄)』

매천(梅泉) 황현(黃玹)이 지은『매천야록(梅泉野錄)』은 1864년에서 1910년까지 47년간의 우리나라 역사를 연도별로 서술한 책이다.²⁾ 이 시기는 안으로는 개화와 척사가 갈등하면서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과 망국의 길로 접어든 시기였다. 이예의 시호와 관련한 기사는 이 책의 제6권에 있는 1910년(隆熙 4년 庚戌) 項에 실려 있다.「40. 宋翼弼 外 25명의 諡號」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예의 시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宋翼弼, 李仲虎, 李象靖 등의 시호는 文敬, 崔淑生의 시호는 文貞, 李藝의 시호는 忠肅, 尹承勳의 시호는 文肅, 魚有龜의 시호는 翼獻, 閔濟章과 千萬里 등의 시호는 忠壯, 李穰의 시호는 忠愍, 徐命瑞의 시호는 貞簡, 權正忱과 崔益男의 시호는 忠憲, 李象秀와 奇正鎭 등의 시호는 文簡이라 하고, 韓章錫의 시호 孝文은 文簡으로 바꾸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의 서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한자서명	梅泉野錄
한글서명	매천야록
자료집명	한국사료총서 01권
권수	01
한자원저자	黃玹
한글원저자	황현
편저자	국사편찬위원회
발행처	국사편찬위원회
청구기호	911.00908 국51ㅎ v.1
TYPE	일반
발행일	1971-00-00
시작시대	1801-01-01
끝시대	1900-00-00
대분류	사부
중분류	잡사류

부록:  울산의 어떤 시민이 문화관광부로 보낸 인터넷 질의서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울산의 충숙공 이예 선생이 작년인가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사실이 있는데 충숙공의 시호를 받은 것이 1910년 경술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호라는 것은 왕이 일방적으로 내린 것이 아니고 신하들과 의논을 하여 내리는 것인데 조선시대의 시호 대장이 있는 것인지, 아님 순종실록에 신하들과 의논한 내용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나라가 망하는 해에 조선 초기 태조 때부터 세종 초의 인물이 갑자기 시호를 받는 것이 이상하여 질의를 하는 것입니다.   충숙공이 시호를 받은 역사적인 근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왕의 교지가 도서만 찍힌 채 공란으로 거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여 문의를 합니다. 꼭 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명훈 교수님께

문화관광부 국어민족문화과입니다.

2월 문화인물 이예 선생 관련

민원이 접수되어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

검토하신 후 답변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9/6/06 이지혜 드림

이지혜씨 귀하:

안녕하세요.

충숙공 이예의 시호에 대한 울산광역시 이상실씨의 질문과 관련한 사항입니다.

충숙공이 받은 시호의 역사적 근거에 대한 자료를 첨부문서와 같이 정리하였으니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9/9/05 이명훈 드림

1) http://yoksa.aks.ac.kr/jsp/aa/VolumeList.jsp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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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黃玹,『梅泉野錄』, 한국사료총서 총1권, 국사편찬위원회,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