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교린체제를 정착시킨 조선의 입지전적 외교관”

‘月刊朝鮮’ 3월호에 실린 “인물로 본 한국외교사 이 예”의 제목이다.

전 라오스, 스위스 대사를 역임하시고 현재 서희외교포럼 대표 및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이신 장철균(張哲均) 대표가 쓴 글의 내용을 요약하였다.

張 대표는 이글에서 조선왕조실록의 태종·세종실록에 의하면 이예는 피로인 송환뿐 아니라 이시기에 조선의 대일본정책수립과 대일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일외교의 선구자이자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모범적인 외교관이라고 평하였다. 장대표가 제목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한 것은 이예가 아전으로 성장하여 학문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지적능력과 협상력을 요구하는 외교사절로서 오늘날의 외교관과 같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특히 대륙 중국에 집중된 당시 조선의 대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남방의 해양국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사실상 개척한 선구자라고 하였다.

이예는 사절을 통하여 왜구에 대한 대책으로 문인제도와 계해약조를 정약하였고, 피로인의 송환과 물레방아, 대장경의 전달 등 각종 문화교류와 조선기술, 대포의 도입은 물론 일본 내의 정세 파악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당시 일본은 중국이나 조선과 같이 중앙집권형의 국가가 아니고 천황, 막부의 장군, 그리고 독립적인 각 지방의 영주들을 별도로 상대하고 교섭해야하는 특이한 상황이 외교적 어려움이었다라고 하면서, 이예는 이러한 외교적 제약요건들을 극복하고 대일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왜구의 약탈을 근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하였다.

현대외교의 법전이나 다름없는 빈 협정(1961년)은 외교사절의 기능에 대해,

1. 국가를 대표하는 일(Representation)

2.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Protection)

3. 주재국 정부와 교섭하는 일(Negotiation)

4. 주재국의 정세를 살피고(Observation)

5. 주재국과 우호관계를 증진하는 일(Goodwill mission)

의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예의 외교활동은 오늘날의 직업외교관의 임무에 비추어 보아도 그 모범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현대 외교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헤럴드 니컬슨의 <외교론>에는 이상적인 외교관의 자질로 진실성, 정확, 인내, 관용, 겸손, 그리고 충성의 일곱 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예의 입지전적 외교 일대기는 바로 니컬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장 대표는 오랜 외교관의 경험과 서희를 롤 모델로 바람직한 외교관 상의 덕목을 .⓵ 우국충정(憂國忠情), .⓶ 신의성실(信義誠實), .⓷ 지피지기(知彼知己), ⓸. 균형사고(均衡思考), ⓹. 실용정신(實用精神)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잣대로 평가해 볼 때에도 이예는 어느 하나 소홀한 점이 없다고 하였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라고 했다.

총을 들지 않고 국가의 이익을 다투는 것이 외교전(外交戰)이고, 외교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국익을 증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라고 하면서, 그래서 ‘한명의 유능한 외교관은 군 1개 사단보다 강하다’라고 하였다.

세종의 업적은 세종 자신의 영민함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 말할 것이 없겠으나 그의 뛰어난 정치력과 용병술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세종은 정확하고 강직한 황희와 부드럽고 섬세한 맹사성의 두 재상을 양대 축으로 정치했고, 육지에는 무장 김종서를, 해양에는 외교관 이예를 활용했으며 세종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의 인물을 등용했다고 하였다. 세종은 이예가 모함을 받고 탄핵을 당할 때에도 불문에 부치거나 보호하고 오히려 그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지속적인 신뢰를 보였다. 이예는 71세에 피로인 송환을 위해 다시 대마도로 가야했을 때 세종에게 “성상께서 신을 늙었다하여 보내시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신이 성상의 은혜를 지나치게 입었으므로 죽고 사는 것은 염려하지 않습니다.”라는 일화를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