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숙공 이예 선생 제막식에서 사회를 맡은 이명훈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번 공적비 건립 배경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1일 충숙공 이예(李藝·1373~1445) 선생의 대일외교 파트너였던 당시 대마도주 종정무(宗貞茂) 일가의 위패가 안치된 미네쪼(峰町) 원통사 앞은 NHK를 비롯한 일본 현지 취재진으로 들썩였다.

취재진들은 조선 전기 조일외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울산 출신의 이예 선생 공적비 제막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낮에도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기에 일부 마을 사람들도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광경을 담기 위해 장농 깊숙이 넣어 두었던 가정용 캠코더를 들고 현장으로 나왔다.

충숙공이예선양회, 대마한국선현현창회, 한국문화사학회, 한일관계사학회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개최한 이예 선생 제막식에 대한 일본 현지의 관심은 뜨거웠다. 일본 문화재위원을 지낸 나가도메 히사오(85) 대마한국선현현창회 회장과 히로타 사다카츠 대마시 부시장 등 현지 참석자들의 비중도 컸다.

나가도메 히사오 회장은 "이예 선생은 14세기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대마도를 수차례 사행하며 조일외교를 개척했다. 특히 조선 조일무역의 근간이 된 계해조약의 문안을 작성한 장본인으로 일본에서도 충분히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며 현지의 관심을 설명했다.

이날 제막식은 충숙공이예선양회(회장 이두철) 관계자들과 학성이씨 문중 후손들, 대마시 관계자들과 시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초 공적비 건립에 반대했지만 대마시와 고메다(米田) 원통사 주지의 설득으로 건립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참석했다.

이두철 충숙공선양회 회장은 "600년 전 울산 출신으로 대일외교를 이끌었던 이예 선생 공적비가 일본 현지에 세워져 감개무량하다"며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로 가능했던 이번 공적비 건립이 한일 민간외교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통사 정문 앞 화단에 세워진 공적비 주비에는 '통신사 이예 공적비'라는 문구를 조사형 한국서예협회 부회장의 글씨로 새겼으며, 부비에는 한글과 일본어로 이예 선생의 업적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원통사는 이예 선생의 대일외교 파트너였던 대마도주 종정무(宗貞茂)가 지은 사찰로 이예 선생이 사행 때마다 들른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범종과 고려약사상본존불 등 우리나라 유물이 보관돼 있다.

이명훈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예 선생의 재조명으로 임진왜란 이후에 집중됐던 한일외교사의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이예 선생은 조선 전기 조일외교 재정립 과정에 반드시 거쳐야할 중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2005.11.22 22:28]